성문안 골프장. [사진 오크밸리]
성문안 골프장. [사진 오크밸리]

(미디어인뉴스=최갑수 골프칼럼니스트)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태어나서 이름이 결정된다.

이름은 중요하고 나의 이미지를 완성 시켜준다. 나만의 존재성과 정체성, 나만의 기억이 담겨 있는 중요한 것이다.

골프장의 이름을 따라가 본다. 의미가 뭔지 어디에 있는 골프장인지, 기억할 수가 없을 정도로 외래어 이름이다.

시어머니 못 찾아오게 하려고 아파트 이름 어려운 곳으로 이사 간다는 며느리들의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골프장 이름은 왜 이리 어렵고 헷갈리게 이름들을 지었을까. 

골퍼들이 많이 찾아와야 할 대표적인 장소가 골프장이고 골퍼들의 운동 장소이다. 그것도 외래어에 합성어를 섞어서 말이다. 아마 멋있어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 글을 쓰는 필자도 그 이유 외에는 달리 해석할 수가 없다. 

골프장 이름 때문에 골탕먹은 골퍼들이 의외로 많다. '파인밸리', '샌드파인', '밸리, '레이크힐스', '레이크사이드' 등 이름 때문에 다른 골프장에 가서 예약 없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빈번하다.

골프장 이름이 어렵다 보니 몇 번씩 골프장 이름과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새로운 스트리밍 MZ 세대인 젊은 골퍼들을 위해서 미래를 바라보고 이름이 지어졌을까. 아닐 게다. 상당히 오래전부터 이름은 외래어로 변경되기 시작했다. 

잘못된 합성어도 많아 골프장의 가치와 잘못된 문화를 리드하는 현상이 많기도 하다. 대표적인 것이 '안양 베네스트'로 이름을 바꾼 안양CC 이다. 

이는 베스트(최고)와 네스트(nest) 합성어로 '최상의 보금자리'를 지향한다는 뜻일 게다. 국내 넘버원 골프장이 베네스트라는 신조어로 이름을 바꾸니 전혀 관계없는 회사까지 이름을 카피한 예도 많은 웃지 못할 경우도 많다.
 
반면에 국내골프장 이름 가운데 참 기억하기 좋고 예쁜 이름이 많다. 

해비치, 솔모로, 라온, 아름다운 골프장 등. 해가 비치는 “해비치”, 솔나무가 많아서 ”솔모로“ 남쪽 마을에 있어 ”남촌“, 동쪽 마을의 “동촌”, 마을 이름을 딴 ”곤지암CC“ 등 듣기 좋고 기억하기 좋은 푸근한 여운이 가는 골프장 이름이 아닌가. 

얼마 전 성문 안에 있다 하여 ”성문안“ 이라는 골프장 이름이 정겹게 다가왔다. 이런 순수한 이름이 타 골프장에도 영향을 미쳤으면 한다.

반면 전남 장흥에 JNJ 골프장이라는 이름이 있다. 원래는 정남진 골프장이었는데 뜻을 알지도 모르게 개명되었다. “정남진” 얼마나 정겨운가. 

강원도에도 정동진이 있다. 많은 사람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제일 동쪽이기에 가고 싶어 할 게다. 해남의 땅끝마을의 골프장이 정남진CC면 땅끝을 상상하며 그곳을 가고 싶어 하지 않을까. 모스부호 같은 JNJ보다 정남진이 상상 여행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노스팜, 큐로, 루트52, 골프클럽Q, 포라이즌, 킹즈락, 빌리오스, 페럼, 소노팰리체 등등의 이름은 해외 상품 이름 같고 골프장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설문조사에는 어디에 있는지 골프장 이름인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었다고 한다. 

세종CC는 미송-이글-엑스포-프레이충남-IMG내셔널-에머슨 내셔날에서 세종에머슨으로 변경, 7차례나 무려 이름이 바뀌었는데 첫 번째 이름 빼고는 전부 외래어이다. 골프장 주인이 작명가인가 보다. 

한국골프장 경영협회에 가입된 300여 군데 이름을 조사한 결과 62개 골프장 외에는 외래어이다. 우리말 골프장 30% 외래어 70% 정도이다. 

남해안 세인트루이스CC에서 필자의 샷.
남해안 세인트루이스CC에서 필자의 샷.

세계는 한류 문화에 빠져있고 K팝을 비롯하여 패션과 뷰티, 음식에 열광하고 특히 한글이 너무 예쁘다. 완벽한 디자인적인 글이다. 

열광하며 한글 티셔츠에 한글을 배우는 세계인이 많아지는 21세기이기인데 골프장 이름의 역설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리는 그 좋은 의미와 아름다운 이름을 놔두고 정체불명의 외래어 이름의 골프장 이름을 짓는 걸까.

세계 3대 골프 강국 대한민국도 이젠 골프 한류, 골프 문화도 수출하여 전 세계에 떨쳐 보일 때가 되지 않았을까. 

대한민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최근 오픈한 "성문안"의 아름다운 이름처럼 한글 골프장 이름이 지어지면 하는 기대를 해본다.

(골프장경영협회 자문위원, 골프칼럼리스트 최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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